선생님에게 근황을 말씀드렸더니 좋은 의미로 타자가 빨라지셨다. 좋은 의미라고 넘겨짚은 이유는 약을 더 줄였기 때문에. 여태까진 줬다 뺏는 게 어딨냐는 마음이 컸는데, 이번엔 나도 그러세요 그럼 되었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내가 너무 쓸모없다는 공포인데, 이제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한다. 물론 이것도 파도 같아서 빠르면 몇 달 뒤에 또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울고 있을 수도 있음요.
갑자기 기억나는 신사동의 새벽 풍경. 지갑과 가방 그리고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 긁어모은 돈을 들고나와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을 조금 사서 들어오는 길이었다. 당시 살던 연립주택 대문 틀을 베개 삼아 누워있는 취객을 깨우다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밤새 멍하니 좀비 영화를 봤다. 그때도 또 갑자기 일이 없었거나 그래서 돈이 없었거나 그랬겠지. 친구도 가족도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런 얘기를 나는 너무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잘 하느냐 하면 많이 노력은 하고 있다. 굳이 나를 닦달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내 얘기를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잘 알아서. 뭐 어쨌든 요즘엔 잊으려고 애썼던 일들도 종종 생각이 나는데 그게 전혀 힘들지가 않다. 어제 아침 연주가 봐준 명식 분석에 곧 나에게 혁명적 재편! 기운이 다가온다는데 그것의 일환일까.ㅋㅋ 올해의 나는 정말로 내가 ‘나’라고 여겼던 것들 중 많은 것을 다 꺼내서 부시고 새로 다듬는 중이라 느끼기 때문에... 거 참 거창하네. 그냥 잘 지냈고 잘 지낸다는 말을 또 또 또 길게 해봤다.
블로그에 당연히 analytics 패널도 붙여놨는데, 방문자 통계에서 방문자가 접속한 위치도 보여준다. 선명한 한국과 태국 그리고 스위스. 인스타그램에선 느끼기 어려운 거리감. 그러니까 가깝고도 멀지만, 그럼에도 같이 있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