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는 그러함.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궁금해서 나선 행사는 어쩐지 시시했다. 기대를 했던가?
부스엔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몇 앉아 있었으나 부러 들러 인사하진 않았다. 그나마 무엇을 가지고 나왔는지 궁금한 부스가 있다면 거기였는데, 거기만 건너뛰고 10분 정도 머물다가 나왔다. 날씨가 좋아 경의선숲길엔 사람이 많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 아이와 함께 나온 사람들, 달리는 사람들. 대부분 표정이 좋았는데 그걸 보고 있는 게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E가 꽤 근처에 살고 있으니 나오라고 전화하려다가 모처럼 혼자 보내는 휴일인데, 하고 메신저 리스트를 조금 더 보다가 말았다. 아직 덜 핀 꽃 앞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파트너에게 문자로 전하며 대흥에서 공덕까지 걷다가 동네로 갔다.
읽던 책을 들고 나온 참이라 그대로 서울집시에 들렀다. 자주 보는 사장님은 내 얼굴만 봐도 오늘 맥주는 어떤 게 좋으세요, 하고 묻는다. 아직 맥주잔에 물기가 서리기 전인 서늘한, 그래도 창문을 열고 있기엔 좋은 날씨. 적당히 어둑한 실내. 안주에 쓰이는 향신료 냄새. 시큼한 맥주. 한참 책을 읽고 음식도 하나 시켜 먹고 나왔는데도 해가 안 졌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나 쓰겠다고 하면, 파트너는 이런 게 제일 재밌지 않으냐고 한다. 너는 내가 하면 다 재밌잖아, 그래서 그게 뭐가 어떠냐고 하면 그것도 그거대로 괜찮음. 사람이 정신이 너무 안 좋아도 자기 생각밖에 못 하고, 너무 좋아도 자기 생각밖에 못 하는지도. 분명히 몇 달 전엔 나를 이루는 것은 죄책감인가 했는데 요즘엔 죄책감이 뭐냐, 나는 뭐든 다 받아넘길 수 있다.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 가끔 파트너의 기분이 나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이제 그것도 금방 받아넘길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