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ak Dinesen // Karen Blixen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언젠가 파트너가 내 것까지 접수하는 바람에 왜 사람이 20킬로 이상을 뛰어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 못 하는 채로 한 달 정도 훈련하고 결국은 완주했다. 피니쉬를 통과할 때 느낀 드디어 끝났다는 기쁨은 최근 느꼈던 그 어떤 기분보다도 달고 좋았다. 당분간 마라톤 대회 같은 덴 안 나가야지 결심씩이나 했지만, 며칠 뒤면 욱신거리던 고관절과 무릎이 멀쩡해지는 것처럼 모든 걸 잊고 또 마라톤 대회에 등록하고 있을지도.
달리기를 꽤 오래 즐겁게 하고 있다. NRC 앱 기록에 따르면 2km만 더 뛰면 누적 1,000km를 채운다고 한다. 아디다스 런베이스 남산이 2017년엔가 사라졌었으니 10년 넘게 재밌게도 달렸다. 러닝이 아직 유행인가? 어쨌든 러닝화 디자인이 볼만해졌고, 예쁜 운동복이 많이 나온다는 점, 유용한 운동 팁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좋다. 무엇을 하든 공부부터 열심히 하는 파트너는 좋은 팁이 있으면 가장 먼저 물어다 주고 좋은 운동화, 예쁜 운동복도 나에게 가장 먼저 물어다 줘서 덕분에 맨날 보기 좋게 잘 달리고 있다. 그리고 난 네가 달리기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정말이지 최근의 가장 큰 행복은 파트너와 함께 달리는 것이다. 함께 한강을, 남산을, 맛집을 향해 도심을, 여행지를 달리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 응원도 하고. 그리고 제일 좋은 파트는 그렇게 땀 흘리고 나면 아무 미움도 남지 않고 개운해진다는 것. 뭐 인마.. 21킬로 두 시간이면 뛰는 내가 다 이해한다고…
여름 제주도를 기다린다. 바다 방향으로 달려서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면 얼마나 많은 것이 치유될지.
